2013년 12월 2일 월요일

집으로 가자 (69) 집으로 갑시다 - 김성수 목사님



"집으로 갑시다."
얼마 전 우리 교회 엔지니어인 승호가 방명록에 올려놓은 글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최승호" 라고 적혀 있는 것이 제게는 참 생뚱했습니다.
승호는 말이 없습니다.
말만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도 흔적을 남기는 법이 없습니다.
그 아이가 있던 자리는 아무런 표가 나지 않습니다.

승호를 만난 것은 벌써 4, 5년 전의 일입니다.
청년 문화 선교단으로 많이 분주했던 때였습니다.
한참 멤버들하고 연습을 하고 있는데,
미국에 와서부터 잘 따르던 음악 하는 동생 녀셕이 승호를 데리고 왔습니다.
엔지니어를 하고 싶어 하는 후배인데, 조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승호는 그 때도 전혀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만난 후에 'Art center' 에 설교를 하러 갔는데, 거기에 승호가 있었습니다.
그 곳에 다니는 우리 교회 청년 지원이의 죽마고우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는 줄곧 승호를 지켜봐 왔습니다.

그는 의리가 뭔지를 알더라고요.
그리고, 열심히 노동해서 번 돈으로 교회 동생들을 불러다 고기를 구워 먹이고
함께 운동을 하는 마음이 푸근한 사람입니다.
남들이 하기 꺼리는 허드렛일과 힘든 일을 아무 말 없이 해내는 멋진 사람입니다.
그런 승호이기에 개척 멤버이면서도 교회 게시판에 이제서야 처음 글을 올리는 
승호의 외마디 언질은
제게는 마치 큰 스림들이 일 년에 한 번 무슨 절기 때나 행사 때 내리는 법어처럼
여러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집으로 갑시다."

그 말 없는 승호가 가슴 벅차하면서 교회에게 이 말을 던질 때까지 승호는 많이 생각했을 겁니다.
집으로 가야만 우리는 살 수 있음을 승호는 알고 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지금 뼈아프게 겪교 있음도 제가 압니다.
그는 지금 뭔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가슴 속에 그냥 담아두기에는 너무 벅찬 무언가를 승호는 알고 있습니다.
설교 시간이면 그 특유의 너털웃음을 웃으며 몰두하는 그를, 저는 늘 사랑스럽게 바라봅니다.
말씀에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게으르고 가식적인 사람들과는 거리가 먼 황소같은 녀석이기에 저는 승호를 좋아합니다.

요 며칠 승호가 많이 달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새벽기도 때도 아무도 모르게 슬쩍 와서 열심히 무언가를 기도하고, 그렇게 슬쩍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제 그가 머물다 간 그 자리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기대와 소망도 그 자리에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엊그제는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 말 없는 승호가 기도를 하면서 소리 내어 엉엉 울고 있었습니다.
저도 갑자기 눈물이 나서 혼났습니다.
왠지 울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울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저는 황소같이 말이 없는 사람들이 참고, 참고 참다가 흘리는 눈물을 참 귀하게 여깁니다.
하나님 앞에서, 내 아버지,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 주시는 내 아버지,
나의 모든 필요를 아시면서 나의 나 됨을 위해서 자기 아픔을 참으시면서
자식의 고통을 지켜보시는 그 아버지 앞에서 흘리는 그 눈물은
참으로 가치 있고 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좌절의 눈물도 아니고, 실패의 눈물도 아니고, 패배의 눈물도 아니고,
내가 힘들 때 그냥 나를 바라만 보고 있어줘도 힘이 나는 다정한 어떤 존재 앞에서 흘러내리는
감사의 눈물이며,
안전함을 확인한 자의 안도의 눈물이며,
나의 손내를 빠짐없이 세세하게 이야기해도 진지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들어주시고
함께 끌어안고 울어주시는, 게다가 해결책까지 제공해 주시는 그 사랑하는 분 앞에서의
순결한 어리광입니다.

승호는 부유함이 뭔지를 경험해 본 아이입니다.
그리고, 승호는 강함이 무엇인지도 이미 압니다.
이제 승호는 하나님꼐서 왜 자기를 이렇게 이끌고 가시는지 그 이유를 안 것입니다.
그는 그래서 "단말마" 를 끊어버리는 고통,
"단말마" 같은 어려움과 신음 속에서 한 마디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집으로 갑시다."

우리는 그 "집" 에만 소망을 두어야 합니다. 그 집으로만 향해서 가야 합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상황과 환경이 어떤 것일지라도,
그것이 하나님꼐서 우리를 "집으로" 데려가시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안 사람만이
"집으로 가자" 고 형제들에게 격려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이 새벽에 우리 교회에게 승호가 한 이 말을 동일한 톤으로, 동일한 심정으로 하고 싶습니다.
"집으로 갑시다."
그래도 저는 우리 성도들이, 우리 하늘 가족들이 조금만 아주 조금씩만 아파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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