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6일 화요일

집으로 가자 (64) 일탈을 꿈꾸는 이들에게 - 김성수 목사님



목회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휴가를 떠났습니다.
대학 시절 너무나 판에 박힌 듯한 일상이 지겹고 참을 수 없어서
저는 수시로 일상을 벗어나는 일탈(逸脫)을 시도했었습니다.

물론, 다시 일상에 복귀할 때 더 좋은 활력의 원천을 얻어내기 위함이라는 전제 하에
저의 일탈(逸脫)은 계획되어졌고,
나름대로 그것이 현실로부터의 무모한 도피는 아니며
여행의 내용은 떠나고 돌아온 뒤 성숙한 삶을 위한 투자라 정의하며
여행의 방법이나 목적지, 아니면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저 일상에서의 탈출이 저에게는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작은 반란이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해묵은 여행지도와 먼지 묻은 여행용 가방을 다시 꺼내면서
저는 야릇한 흥분과 떨림을 다시 맛보기도 했고,
여행지에서 만난 농사에 바쁘셨던 할머니, 그물을 다듬으시던 할아버지,
불을 끄던 소방수, 개울물에서 뛰어놀던 발가벗은 산골 아이들을 떠올리며 
흐뭇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끔 "무엇이 우리를 떠나게 하는가?" 를 깊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왜 일상은 그렇게 우리를 만족케 하지 못하는가?

아내와 아이들과 가방을 싸고 바닷가로 떠났습니다.
아이들은 좋아라 신이 났습니다.
장시간 운전을 하면서 또다시 "왜 우리는 일탈을 꿈꾸는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우리 집보다 더 좋지 않은 숙소, 우리 집보다 더 맛없는 밥, 우리 집보다 더 불편한 화장실 ...
그런데, 왜 일상을 떠나는 우리의 마음은 그렇게 설레는 것일까?

바닷가에 앉아서 아무도 없는 바다에 점처럼 던져져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내 다시 놓아 줄 조가비, 작은 게를 잡는다고 법석을 떠는 아이들이 사랑스럽습니다.
또 다시 제 생각을 사로잡는 것은, 왜 인간은 일탈을 꿈꾸는 가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은 그 자체가 하나님의 완벽한 계획 속에 들어 있으며,
전능하신 그 분의 섭리 속에 경륜되어져 간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든 일상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만족해야 한다고 
저는 가르쳐 왔습니다.
그러므로, 일상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만족이 되어야 하며 기쁨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만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일상이 지겹고,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편해서 일탈을 꿈꾼다면,
그건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일 겁니다.

이번 휴가에서 돌아오면서,
다시는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욕망에서의 여행은 시작하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일상 속에서 누리던 행복의 연장으로의 여행은 얼마든지 가하지만,
망가진 일상을 잠시 피하는 여행은 도피일 뿐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저는 일상 속에서의 행복과 일상 속에서의 충전과 일상 속에서의 기쁨을 배워야 하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을 충전케 하고 우리 그리스도인의 정서를 살찌우는 것은,
오직 하나님 뿐임을 새삼 깨닫습니다.
하나님 이외에 저를 즐겁게 해주고 저에게 평안을 가장한 '편안' 을 주던 것을
이제 모두 끊어 버릴 것입니다.

하나님만 바라보는 훈련을 열심히 해 볼 작정입니다.
즐거운 여행지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 그런 아빠가 되기를
다시 한 번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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