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일 금요일

집으로 가자 (48) 꽃 섬 - 김성수 목사님



오래 전에 부산에서 국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그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개막 작품으로 걸린 영화가 송일곤 감독의 "꽃 섬" 이라는 영화였습니다.
송일곤 감독은 한국 단편 영화의 대표 격인 흥행과는 전혀 거리가 먼 감독입니다.
극 사실적 기법과 판타지가 혼재되어 있는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혼란스럽게 반죽이 되어 버려,
사이다 같이 톡 쏘는 짧은 흥미를 추구하는 현대의 구미에는 잘 맞지 않는 영화라는 평이
금방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인생을 조금이라도 고민을 해 본 사람들에게는 대단한 힘을 발휘합니다.
저는 아무도 좋아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그의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영화 꽃 섬은 마추피추 정상에서 알지 못하는 어떤 신에게
"나에게 아름다운 소리를 주신다면,
이제부터는 세상의 상처 받은 영혼들을 위해서만 노래를 하겠다." 는 기도를 했던
유진의 독백으로 시작이 됩니다.
그러나, 유진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얻게 되자 이내 자신의 약속을 잊어버리고
자신의 명예와 자랑을 위해서만 노래를 하게 되지요.

그리고는 혀 밑에서부터 퍼지는 말기 암 환자가 됩니다.
유진은 후회합니다.
"난 벌 받은 거야, 내가 한 약속을 잊고 나만을 위해 살았던 지난 날에 대한 벌을 받은 거야."
그리고, 유진은 눈이 많이 내리는 어떤 깊은 산 속에서 자살을 기도 합니다.

장면은 바뀌고,
지저분한 공중 화장실에 아직 어려보이는 여자 아이가 아기를 낳아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립니다. 그리고는 죄책감에 몸부림을 치며 울지요.
그 때 그 아이의 눈에 들어 온 것이 작은 개미였습니다.
살아서 꿈틀 거리는 개미, 
그리고 그 개미만도 못한 삶을 살다간 버려진 그 아이의 아기를 떠 올리며
오늘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간의 생명의 무게를 다시 한 번 반추해 보았습니다.
역시 버려진 아이였던 어린 혜나는 무작정 남해에 사는 얼굴도 모르는 엄마를 찾아 떠납니다.

다시 장면은 바뀌고, 가난에 찌든 한 여인네가
자기 아이에게 피아노를 사주기 위해 
어떤 노인에게 몸을 파는 처참한 여인숙이 화면을 가득 채웁니다.
그 노인이 침대에서 죽게 되고 남편에게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되자
옥남은 저기 남해 자락 너머에 있다는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다는 꽃 섬" 에 가기 위해
남해 행 버스에 올라탑니다.

거기서 옥남과 혜나가 만나게 되고, 둘은 고단한 몸을 의자에 기댄 채 깊은 잠에 빠집니다.
시간이 흐르고 버스가 멈추어 섭니다.
그런데, 그들을 싣고 온 버스는 남해가 아닌 눈이 한 길은 쌓인 산 중턱에 멈추어 섰습니다.
버스 운전사는 여기가 종점이니 내리라고 그 두 여자를 협박합니다.
그리고, 남긴 여운이 긴 말 "때로는 예정되지 않은 길을 가 보는 것도 재미있잖아?"

그 두 여인은 눈 덮인 산 속을 걸어 고통도 없고 슬픔도 없다는 꽃 섬으로 향합니다.
그 여정에 차 안에서 자살을 기도한 유진을 구하게 되고,
이 기구한 세 여자는 함께 꽃 섬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생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희망의 자리라 여기며 찾아간 제가 본 꽃 섬은
여전히 사람들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눈물과 고통의 섬이었습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가 겪는 고통과 눈물이 없어질 날을 기대하며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목사닙니다.
그래서, 마지막 숨을 놓는 죽음 앞에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어떤 때는 분명 따뜻한 손을 잡고 있었는데,
기도하는 도중에 싸늘한 석고처럼 굳어 버리는 생과 사의 분리를 손으로 만져 본 적도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정말 고통과 슬픔을 다 놓은 삶을 살았다는 고백을 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삶은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그 고단한 삶 속에서 희망이 아닌 "소망" 을 간직한 자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그리스도인들인 것입니다.
그들의 삶에 고통이, 슬픔이, 눈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꿋꿋이 눈물 속에서도 웃음을 지을 수 있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게 바로 하나님의 복된 약속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고통의 삶이 끝나면 정말 눈물도 고통도 쓰라린 기억도 사라져 버릴
진짜 "꽃 섬" 에 갈 거랍니다.
저는 그 생각만 하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그 생각만 하면 저를 조롱하는 사람, 저를 비웃는 사람, 저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그 소망 뒤로 물러가 버립니다. 오히려 그들이 안타깝습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이렇게 좋은 것입니다.
아직 제가 소망하고 있는 그 "진짜 꽃 섬" 을 알지 못하는 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 우리 꽃 섬으로 갑시다.
거기에는 진짜 눈물도 슬픔도 고통도 없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랑만 하며 살 거에요.
우리 꽃 섬으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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