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25일 월요일

집으로 가자 (63) 나니아 - 김성수 목사님



아이들과 함께 보기로 약속한 영화가 개봉이 되었습니다.
주일 예배를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고 나니 다섯 시가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아이들은 절대 우리 아빠가 자기들과 한 약속을 잊을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나 봅니다.

영화에 대해 아무 언급도 안하고 있던 아이들이
아빠가 차에 타자 마자 "아버님, 영화 몇 시에 시작해요?" 하고 묻습니다.
아차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태연하게 "지금 가면 곧 시작할거야." 하고 내달렸습니다.
속으로 애를 태우며 기다렸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도 아빠를 믿어 주는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아이들을 앉혀놓고 팝콘과 콜라를 사러 나갔습니다.
저는 언제부터인가 그 시간을 즐깁니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앉혀놓고 그 아이들을 위해 음료수와 과자를 사러 가는 시간이 참 좋습니다.
이제 곧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조용하게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한참을 한가함이라는 단어를 잊고 살았었습니다.
원래 저는 머리숱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래서, 머리카락이 모자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해 봤습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 집사님께서 이발을 하시다가
"목사님, 조금 있으면 속 머리가 훤해 지시겠네요. 이건 스트레스성 탈모인데 ..." 하십니다.
알게 모르게 저는 많은 스트레스에 사달리고 있었나 봅니다.

그 스트레스에서 가끔 탈출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바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극장 안 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성서를 바탕으로 한 상상력의 대가 C.S. Lewis 의 일곱 편에 걸친 동화를
영화로 만들어 낸 "나니아 연대기" 는 많이 기다렸던 영화입니다.
이미 영국에서 한 번 만들어 낸 적이 있는 영화였지만,
할리우드의 엄청난 힘이 마치 다른 착품을 대하는 것과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공을 들였습니다.

영화가 시작되고 우리 큰 아이가 둘째와 셋째에게 연신 무슨 해설을 해주었습니다.
잘 들어보니 장면이 바뀔 때마다 저 장면이 성경의 어떤 이야기인지를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참 대견합니다.
사랑하는 동생들과 하나님을 이야기하고 하나님을 설명해 주는 큰 녀석이 고마웠습니다.
그냥 그렇게 하나님께서 키워 가시는 구나 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큰 사자 라이언이 흰 마녀에 의해 석상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동물들을
입김을 불어 살려 내는 장면에서 큰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도 저렇게 살아난 거야. 그리고 하늘에서 저렇게 살아날 거야."
그 말을 듣자마자 제 안에 주눅 들어 있던 소망이 뭉실뭉실 살아났습니다.

그래, 나에게 소망이 있었지.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걸까?
어떤 강박관념에 나의 머리가 빠지고 있는 걸까?
남보다 멋진 목회를 하고 싶어서일까?
내 또래 동기들보다 더 빨리 앞장 서서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일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일까?
놀랍게도, 그 어느 것 하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그 뒤로부터 영화의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나는 정말 소망으로 살고 있는가? 그 소망으로 감격하며 그 소망으로 기뻐하고 있는가?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너무 숨차게 달려오느라 내 소망을 챙기지 못하고 있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좀 멈춰 서서
내가 어디로 달리고 있으며, 왜 달리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볼 때라 생각했습니다.
이내 평안과 평화가 가슴을 채웁니다.
그동안 너무나 하늘을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부쩍 많이 앓아 누우셨습니다.
어떤 분은 사경을 헤매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사람은 몸이 그렇게 아픈데 진료비가 없어 병원에 못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수요 예배가 끝나면 그 분들께 가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과 하늘을 이야기 할 겁니다. 우리 같이 하늘을 보자고 이야기 할 겁니다.
그리고, 우리를 그 사랑의 입김으로 회복시키실 하나님을 찬양 하겠습니다.

여러분, 힘드실 때 잠깐 멈춰 서서 하늘을 한 번 보세요.
하나님의 심장의 고동을 한 번 들어보세요.
오늘도 우리와 함께 열심히 달리고 계신 그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십시오.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