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4일 월요일

집으로 가자 (50) 첨밀밀 - 김성수 목사님



초등학교 때였습니다.
그 때 우리 세대는 TV 보다는 라디오와 더 친한 세대였습니다.
밤을 패가며 황인용씨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를 들었고,
차인태씨의 "별이 빛나는 밤에" 에서 친구의 사연을 설렘 속에 기다려 주던
그런 정감이 있는 세대였습니다.

당시 대만과 한국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이 대두 되었을 때
국영 방송인 KBS 에서는 열심히 국민들에게 대만 홍보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즈음 황인용씨가 대만의 어떤 여가수의 노래를 틀어 주었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 중국 노래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감 있게 들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이러 저러한 경로를 통해 중국 노래를 카세트 테잎에 담아
아버님이 사 주신 커다란 "녹음기" 를 이용해서 테잎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듣곤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대만의 가수가 "등려군" 이라는 여가수였습니다.
뛰어난 가창력이 있다기보다는 애절함과 한이 어우러진 그런 소리였는데
저에게는 그 때까지 들었던 어떤 가수의 소리보다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습니다.

그 등려군의 첫 번째 히트곡이 바로 "첨밀밀" 이라는 노래였습니다.
후에 여명과 장만옥이 주연한 "첨밀밀" 이라는 영화는
바로 이 노래를 소재로 만든 영화입니다.
중국의 전통악기를 적절히 사용한 중국 트로트라 분류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노래는 저의 마음을 아주 순박하게 뒤집어 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요즘도 저는 힘이 들고 어려울 때 찬양을 듣거나 부르는 것보다
그 첨밀밀이라는 노래를 틀어 놓고 여러 번 반복해서 듣습니다.

요즘 부쩍 그 노래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랑하는 교인들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사고와 사건들,
그리고 그들의 눈물과 한숨이 몽땅 제 어깨에 얹혀 질 때
저는 도저히 제 힘으로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아무 것도 도울 수 없는 저의 무력함과 나약함이 참 견디기가 힘듭니다.

점점 더 악화되어져 가는 말기 암의 집사님과
생활이 점점 어려워져서 집 렌트비를 이리저리 융통하러 다니다
결국 허탕을 치고는 우울해 하고 계신 내 사랑하는 천국 가족들,
가족의 사고를 통해 절망의 나락을 헤매던 어떤 청년 아이,
이들의 아픔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저는 또 "고난은 유익입니다. 고난은 축복입니다." 를 외쳐야 한다는 것이
제게는 너무 잔인한 형벌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아무리 제 가슴이 아파도 그것은 진리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홀로 첨밀밀을 들으며 하나님 앞에
"하나님, 하나님은 감당할 만한 시험만 주신다고 해 놓고
어떻게 저렇게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을 허락하십니까? 하고 넋두리를 하고 있을 때
하나님께서 제 마음에 물 붓듯 부어주신 응답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칼럼도 이렇게 결론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 환난은 모든 것을 합력시켜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유익입니다.
잘 견디시고 이겨 내십시오."
그럴 때 이번 주에 우리 청년들이 노래한 것처럼
"주님 계신 그 곳이 못 견디게 가고 싶다" 는 소망의 기도를 드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힘내세요"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