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24일 화요일

집으로 가자 (33) 나눔 - 김성수 목사님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의 삶 속에서도 그러한 기적이 일어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실제로 어떤 분은 지금도 오병이어의 기적은 일어나고 있으니
건축 헌금을 열심을 내서 바쳐보라고 억지 설교를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성도가 하나님께 투자한 것을 
하나님은 절대 떼어 먹지 않으시고 오병이어처럼 불려 주신다는 것이지요.

저도 오병이어의 이야기를 가지고 여러 번에 걸쳐 설교를 했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요단 동편, 그러니까 거기는 광야가 되겠네요.
하나님은 그 곳에서 출애굽 때의 이스라엘이
같은 광야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만나를 먹었던 사건을 재현하고 계신 것입니다.
진짜 하늘의 만나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값없이 주어질 하늘의 풍성함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오병이어의 기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아침에 그 오병이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또 다른 교훈을 받았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나눔' 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 현장에 있었던 허기진 만 여 명의 군중들,
하릴없이 며칠 째 예수를 따라다니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번듯하게 사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러고 다닐 수 있었을까요?
그들은 대개 사람 취급 못 받는 사람들, 주류 사회에서 밀려난 뿌리 뽑힌 사람들이었을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 병자들, 죄인들, 아이들, 여자들인 그들은
어느 날 자기 앞에 홀연히 나타나 삶의 빛을 던져 준 한 사내를 따라 거기까지 간 것입니다.

그들은 몹시 배가 고프지만 음식은 터무니없이 적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에게 각자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함께 먹자."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기적이 일어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방식이 아니라
아무리 적은 것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때 풍요로웠다는 것입니다.

나눔이란 무엇입니까?
음식 쓰레기를 서로 맡지 않으려고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이,
"살 좀 빼야 하는데"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남은 것을 불쌍한 사람들에게 떼어주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나눔은 자선이나 적선이 아닙니다.
나눔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불쌍한 인간으로, 하류 인간으로 만드는 행위가 아닙니다.

나눔은 '내 것' 을 '우리 것' 으로 전환하는 드라마입니다.
자연도 자원도 돈도 식량도 집도 땅도 사적 소유되지 않는 것,
그것은 하나님의 것이며 우리 모두의 것이라는 이치를 지키는 것,
그게 나눔입니다.

오늘 아침 예수 그리스도는 저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나눔을,
하나님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구성 원리를 매우 서정적인 광경으로 보여 주셨습니다.

최근에 한국에 계신 여러 목사님들과 교제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정말 훌륭하신 목사님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오직 복음만을 올곧게 전하시는 외골수들이었습니다.
그러니 교회가 커질 수가 없지요.
대단한 실력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강원도, 경상도, 그 오지에서
농사를 지으시며, 탄광에서 일하시며, 복음을 전하고 계십니다.
어떤 목사님들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돈으로 가족들을 부양하고 계셨습니다.
월 40만원으로 네 식구가 라면으로만 끼니를 떼우시는 분도 계시더군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너무나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이들이 남기고 간 음식을 보면서
'이런 과분한 풍요가 과연 옳은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서머나 교회는
그리 큰 교회도 아니고 재정이 풍부한 교회도 아닙니다.
큰 부자도 없고 대단한 명예를 가진 사람도 없습니다.
마치 수 만 명 앞에 놓인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떡 다섯 개 같은 사람들이지요.
그러나, 하나님은 그 보잘 것 없는 자들을 통해 '나눔' 을 보여주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리고, 그 작은 나눔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지를 보여주길 원하십니다.

그래서, 저희 교회는
최소한의 교회 운영비를 제외하고 나머지 재정을 모두 그 '나눔' 에 쓸 작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아버지께서 어떻게 그 작은 자들을 먹여 살리시고 입히시는지,
그리고 거하게 하시는지 지켜 볼 작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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