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3일 화요일

세상을 살아가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이야기 (57)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자그마하신 한 친구 이야기 (Friend)



샬롬,

지난 주 토요일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친구를 만났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남짓 떨어진 샌프란시스코에 사시는 73세된 분이십니다.

그분을 알게 된 것은,
우연히도 두 달 전 어느 날 저희 집으로 전화가 왔었던 날이었습니다.
이곳 모임의 멤버이신 양 권사님의 환자 분이셨는데,
소개로 알게 되어 이곳 식구들을 만나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인사를 나누는 정도로 대화했고,
그분이 필요하신 김성수 목사님 설교 CD들을 보내드리기로 했었습니다.

그리고는, 한 동안 제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지요.
한 달이 넘은 후에 김성수 목사님 설교 CD를 보냈는지 확인차 연락을 주셨습니다.
부랴부랴 로마서 강해와 산상수훈 강해 설교 DVD들을 30장 정도 만들어서
소포로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중에 연락을 주셔서,
가능하다면 토요일에 저희 가족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선뜻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아내의 뜻에 동의하고 약속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초행길이고 주말의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교통체증을 감안해서
약간 일찍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길이 많이 막히고 일방통행이라 힘들고
주차 공간을 찾느라 어려움을 겪는 줄 알았는데
다행히도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도착했고 곧바로 주차 공간이 하나가 비어
일단 한 숨을 쉬었습니다.

도착하자 마자 자그마한 체구의 백발 할머니 한 분이 신호등 건너편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리로 오라고 손짓하시며 환하게 웃고 계셨고,
만나자 마자 한껏 포옹을 하시며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먼저, 그분이 사시는 아파트를 소개해 주셨습니다.
일본 타운에 있는 철장으로 보호된 조그마한 노인 아파트에 홀로 지내고 계셨는데,
거기에는 서머나 교회에 주문해서 받은 예수님의 비유 강해 설교 CD들,
김성수 목사님 설교 강해집 책들, 설교 가운데 언급하셨던 신앙의 선배들의 책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받으신 로마서 강해와 산상수훈 강해 설교 DVD들도 벌써 다 보셨다고
하셨습니다.

그 사이에 제 아내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자그마한 CD 플레이어를 들고
나왔습니다. 집은 왜 뒤지냐고 뭐 하냐고 웃으시면서,
설교 CD 는 몇 장 되지 않아서 매일 밤마다 반복해서 계속 듣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아파트에서 떠나 중국 식당으로 저희 가족을 데리고 맛난 점심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짜장면 짬뽕 탕수육 깐풍기 등등
한국에서 먹었었던 그 맛 그대로였습니다. 드디어 발견!
이곳에서 십 수년을 사는 동안 처음 맛 보는 고향의 맛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맛있다고 좋아라 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가운데 나누었던 이야기들,
이곳 저곳 걸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커피 한 잔과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
길거리에 잠시 앉아 나누었던 이야기들,
그렇게 세 시간 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제 시작하려 합니다.

그분은 미국에 오신 지 사 십년이 되셨는데,
슬하에 남매를 두셨고 가족 모두 그 근방에 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계셨을 때는 장로교, 통일교, 몰몬교에 몸 담으셨고,
미국에 오셔서 여호와의 증인, 안식교, 침례교, 거의 모든 종교단체 간판이 붙은 곳을
섭렵하시다시피 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렇게 칠 십 평생이 섬김과 봉사의 삶으로 점철되었건만,
남은 것은 공허감뿐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삼 년 전 어느 날 자살을 결심하고,
금문교에서 뛰어내릴 각오로 몇 시간을 그 다리 위에서 사투를 벌리셨답니다.

결국, 뛰어 내리지 못하고 지나가던 중국인의 도움으로 겨우 집에 도착해서
자신의 얼굴을 거울로 봤을 때,
차마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얼굴이 까맣게 되어 있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진리를 찾아 한 평생을 다 바쳤는데,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더라는 것을 알게 되셨답니다.

그 후로 의미없는 하루 하루를 지내는 가운데,
2010년 어느 여름 날 아침에 진리를 만나게 되셨답니다.
2010년 4월 7일부터 매주 수, 목요일 아침 7시부터 30분간 김성수 목사님의
설교 영상 방송이 이곳 베이 지역의 공중파를 타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 강해 "씨 뿌리는 자의 비유" 부터 시작된 설교 방송을
그분이 어느 날 보고 듣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 때 "이거야!" 하고 환호성을 지르며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 후로 부터의 그분의 하루 일과는
그분이 사시는 아파트에 수북히 쌓인 설교 CD들과 책들이 증언해 주고 있었습니다.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만난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은 그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겠습니까!
우리 모두는 예수님 이야기로 세 시간이 삼 분처럼 지나가 버리는 것도 모를 정도로
서로의 말에 담긴 예수님을 나누는 데에만 집중했었습니다.

그분께서 바라는 한 가지는,
당신이 임종하실 때 예수 믿는 자들과 함께 있기를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 안에 하나된 이곳의 형제자매들이 당신과 함께 있으실 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도 모르게 울컥 하는 것을 얼마나 참았는지 모릅니다.

책을 하나 잡으면 끝까지 보시는 바람에 며칠을 몸살로 몸져 누우시는데도,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어요,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그렇게 이 년 가까이 보내셨답니다. 인터넷과는 거리가 머시고,
오로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김성수 목사님 책들과 설교 미디어를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 가능하다면 먼저 사사기 강해 설교부터 CD로 받으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생면부지인 사람을 멀리서 불러놓고 당신께서 필요하신 것들을 조심스레
요청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그분의 절실함과 긴박함과 갈급함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그분을 바라 보면서,
 제게는 그 동안 알게 모르게 쌓였던 게으름을 반성하는 시간이 되었고,
다시 한번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서게 하는 활력소를 얻는 위로와 격려의
시간이었습니다.

그분은 "말씀 안에서 진리를 만났으니 그 외에 자질구레한 것은 지나치게 되고
용서가 되요." 라고 하시며,
"한 가지 힘든 것이 있는데, 김성수 목사님 설교 강해집 책들을 계속해서 보니까
성경을 점점 안 보게 되요. 책 안에서 성경을 바르게 풀이해 놓아서 그것만을
자꾸 보게 되는데, 어떡하면 좋지요?" 라고 물으셨습니다.

제 경험을 말씀드렸습니다.

"김성수 목사님이 알게 된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이 설교 라는 도구를 통해 전해질 때,
받는 입장에서 알게 되는 건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진리를 보는 눈을 내가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저는 성경이 하나님의 아들에 대해 기록한 책인 것을 몰랐었습니다.
그 후로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하나님의 아들이신 그리스도 예수라는 관점으로
읽어보게 되었는데, '이게 이런 거였어?' 라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설교를 더욱 경청하게 되었고, 더욱더 성경을 통해 확인하며 동의해 가는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목사님이 알게 된 진리가 곧 내가 알게 된 진리로 부합되는
그런 연합됨으로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혹자는, 목사님에게
언제 히브리서 강해를 하실 건가요? 언제 이사야 강해를 하실 건가요? 라고 묻지만,
말씀 안에서 진리를 보게 된 사람은,
예수님을 좀더 알고 싶으면 성경을 펴서 히브리서를 읽고,
예수님을 더욱 알고 싶으면 성경을 펴서 이사야서를 읽습니다. 이해가 되시는 가요?

목사님은 성경 지식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보는 눈을 가진 자인지 아닌지 일깨워 주시는 겁니다.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은 사람의 말을 기다리지만,
진리를 사모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 앞에 다가가 귀를 기울입니다.
하나님의 진리 앞으로 가는 길은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조바심 내지 않고 하루를 지낼 수 있습니다."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시며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런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 차 세워진 곳까지 배웅해 주시면서,
김성수 목사님을 만나 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제게 "목사님을 만나 봤나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요?" 라고 물으셨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길 모퉁이에 같이 앉아서
대답을 드렸습니다. "몇 번 만났는데 별 다른 이야기 안 했습니다.
아무 말 없어도 왠지 기분 좋은 거 있잖아요."
그분은 제 말에 동의하시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시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헤어지는 시간이 되어 긴 포옹과 함께 아쉬움과 그리움을 뒤로 한 채
저희 가족은 토요일 늦은 오후의 샌프란시스코 교통체증 속으로 힘차게 가속 페달을
밟았습니다.

또 내일이 되면 내일의 주인께서 또 다른 지체들을 만나게 해 주시겠지요?
그렇게 그렇게 위로받고 격려받고 하루 하루 살아내다 보면 좋은 날은 곧 오겠지요.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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